남쪽에서는 설과 발렌타인데이가 겹치는 바람에 예년에 비해 발렌타인데이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북쪽에서는 설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과 맞물려 각종 매체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전하기 보다는 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앞다퉈 보도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200여종 1,700마리에 달하는 희귀동물을 생일 선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희귀동물원을 열어도 될 것 같군요.
 

묘향산에는 각국 대표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선물들을 전시해 두는 국제친선전람관이 있습니다.
다음은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썼던 내용입니다.

묘향산은 평양에서 버스로 두 시간 반 남짓 걸린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 거리를 키**(멀미약)없이 갔다면 반드시 멀미했을텐데, 북한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눈에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멀미하는 것도 잊었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한번도 중간에 버스가 선 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도로에 차가 별로 없는데다가 신호등도 없고, 수신호로 우리 차를 먼저 보내기 때문(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이었다. 차가 좀 서야 지나가는 사람들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텐데...

평양을 벗어나자 지나가는 군데군데 도로가 패여있는 곳이 있었고, 주변의 산에는 나무는 별로 없고 풀만 있는 것이 마치 남한의 골프장 같았다. 종종 남루한 차림에 짐보따리를 들고 가는 시골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묘향산에 도착하여 전세계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 보낸 선물들을 모아 놓은 곳을 둘러보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웅장하고 으리으리했다. 들어갈 때는 신발 위에 덧버신 같은 것을 신고 들어갔다. 자세히 보자면 하루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내부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담아올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내부견학을 통해 우리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도 김일성 부자의 위대함을 교육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김일성 관의 1층에는 김일성 주석을 참배하는 곳이 있었는데, 입구에서 사람들을 줄 세우고 옷 매무새도 점검하는 등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은은한 반주가 흘러나오면서 문이 열리자 각종 꽃들과 들판 가운데 인자한 모습으로 김일성 주석의 인형<?, 멀리서 보니 정말 실제 같았다>이 보였다. 참배하는 북한 안내원들에게서는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북쪽에서 제일 많이 보았던 구호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였는데, 유훈통치의 분위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heavyma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