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 후 사역지를 따라 교회를 옮기면서 6년 만에 모교회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수련회였는데, (그러고 보니 25년이 넘는 시간을 줄곧 한 교회만을 다녔네요..^^ ) 200명 정도 출석하는 모교회에서 강사로 김동호 목사님을 초청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담임목사님께서 내가 북한선교에 비전이 있는 줄 아시고 강사의 숙소안내를 맡기셔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아뭏든 김동호 목사님은 줄곧 확신에 찬 어투로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하나님을 나의 목적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인되시는 삶, 교회 분립과정과 보이지 않는 성전, 열매나눔재단과 새터민과 함께하는 공장사역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 많은 교회들과 단체들이 새터민 사역에 유행처럼 뛰어들었다가, 문화적,정서적 차이 등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와 같은 말을 한다고 쉽게 사역을 시작했다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지요. 남한교인들이나 새터민 모두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새터민들에게 단순히 물질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정착을 위하여 목사님께서는 박스공장을 시작하였습니다. 배급을 기초로 한 북한식 노동에 익숙한 새터민들에게 남한근로자의 생산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겠지요. 그래서 몇 달을 적자보았지만 직원의 월급을 깎지 않았답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믿음을 보이자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믿음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버스를 놓친 한 새터민이 4만원을 주고 김포에서 파주까지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고 합니다. 하루일당이 4만원 정도이니까 일하나마나였을텐데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는 것입니다. 편견없이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안다는 것이지요.

동안교회를 다 짓고 나서 '이제 편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어 교회를 사임한 후, 높은뜻 숭의교회를 개척하고, 출석 5,000명되는 교회를 분립하는 등 목회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하나님이 주인되시는 삶, 교회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주님의 뜻을 온전히 좇는 자들에게도 어려움이 올 수 있고, 그분의 청부론을 목회자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권력을 추구하는 다른 대형교회들의 모습과 비교할 때 더 빛이 나는 모습이더군요.

아참, 강단에서는 그렇게도 열정적인 모습인 목사님께서 평소에는 너무 조용조용 말하셔서 놀랐습니다. 밥 반공기에 사과반 쪽만 드시는 것도 그렇구요.

김동호 목사님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성전'을 짓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세상사람들에게 이기적인 '개독교' 취급받는 현실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귀한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목회자에게 귀감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지금와서 생각하니 목사님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 걸 후회가 되는군요. 앞으로 교회를 시작하고 권력이나 욕심의 유혹에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격려하는 도구로 말입니다.)



 


Posted by heavymango